우리 부부는 결혼하면서 TV 를 사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자제해 보자는 의미도 있었고, 무엇보다 TV에게 거실을 내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쓰는 일이 많아지더군요. 사실 아시다시피 컴퓨터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쉬움이라면 보다 넓은 화면의 영상 정도였고, 처음에는 별로 불편함을 못 느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한 동료가 자기 집에는 식구마다 하나이상씩 컴퓨터가 따로 있고 인터넷을 공유해서 쓴다고 하더군요. 사실 초등학교시절 매킨토시 286 컴퓨터가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저로서는 1인 1pc의 개념이 1인 1자가용차 보다도 쉽게 와 닿지는 않았는데, 차차 컴퓨터에 집중된 미디어 생활을 해 나가면서, 뭔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영화와 에니메이션을 즐기는 저로서는 저장공간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cd는 쌓여가고 하드는 부족한 상황에서, dvd-rw냐 외장형 하드냐 고민끝에 접근성과 비용을 고려해서 외장형 하드 200기가를 추가로 구입하게 됩니다. 지금은 dvd-rw 가격이 많이 낮아졌습니다만, 아직도 저는 검색과 빠른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외장형 하드의 형식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그사이에 딸이 태어났습니다. 주중엔 회사로, 주말엔 본가와 아내의 친정으로의 출퇴근이 시작되었죠. 우리가 아기를 부탁할때도 있고, 또 보고싶어 하셔서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미디어 라이프는 둘째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바쁘더군요. 물론 집에 있을때도 그전과는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아기가 주는 기쁨과 행복도 컸구요. 그런데 이렇게 돌아다니는 시간이 그렇게 알차지만은 않아서 노트북이 있으면 가지고 다니면서 짬짬이 스크립트 공부도 하고, 집에서도 침대나 거실에서 작업할 수도 있을텐데...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함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다가 내가 컴퓨터 앞에 자릴 잡으면 갑자기 별달리 할일이 없어지는 아내도 늘 마음에 걸렸구요. 그러면서 전에 동료에게 들었던 얘기를 나 자신의 문제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고, 지금까지 집에는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되는 걸로 여겼던 내 생각이 얼마나 286적인 생각이었나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내를 구슬린 끝에 계획했던 여행을 뒤로 미루고 노트북을 먼저 구입하기로 결정을 봅니다. 근래 들어 노트북들의 상당한 가격하락이 우리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준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선 공유는 생각도 안 했습니다. 무선은 아직 안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도 있고, 저 같은 문외한이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입할 때는 어느정도 확신이 없을때는 구입을 보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노트북들은 모두 무선랜카드가 기본으로 장착이 되어 있더군요. 가만 생각해 보니, 랜선을 20미터짜리를 사서 줄줄 끌고 다니는 것보다는 어차피 무선으로는 인터넷 검색정도 할거니까, 그래도 어지간히 되기만 하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결혼전 부모님과 함께 살때 거실을 가로지르던 케이블들이 뇌리를 스치면서, 한편으로는 장착되어 나오는 무선랜카드를 쓰지 않는다면 이것 역시 기능오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밑져야 본전이다는 생각으로 결국 유무선 공유기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드웨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제가 찾아본 바로는 ipTIME PRO 54g는 비슷한 스팩의 다른 외산제품보다 가격이 더 싸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저가 기준으로 2-3천원 비싼 편이었지요. 사실 디자인도 제 개인적으로는 외산제품쪽이 마음에는 더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을 산 것은 첫째, A/S에 대해서 칭찬하는 글들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친절해서만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곧 제품에 근본적인 하자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ipTIME의 A/S를 경험해 볼 기회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이 제품을 선택한 두번째 이유와 같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현재 저희 집에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인터넷(ntopia)을 쓰시는 분들이 전혀 문제제기가 없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사족이지만, 제품이라는게 인터내셔날 한 것이 좋은게 있는 반면,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되는 것이 좋은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공유기의 경우는 후자쪽에 속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이 제품의 유선공유기능이 이미 인정을 받은 ipTIME의 기존 유선공유기와 같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무선의 기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초고속 인터넷 속도를 최고상태로 보존해 준다는 유선기능은 유지가 될꺼라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어제 노트북과 공유기를 배달 받았습니다. 집에 도착하는 즉시 저녁도 거르고 세팅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되도록 걸리적 거리지 않으면서 신호가 잘 잡히도록 책상위 구석쪽에 올려두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외산제품과 달리 공유기를 세워놓는 형식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컴퓨터는 xp home 인데, 설치과정은 특별히 과정이랄 만한 일이 없을 정도로 순조로왔습니다. 달랑 노트북만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누워서 마지막 분유를 먹고 있는 딸과 아내 옆에서 블로그에 올려진 음악을 듣는 것은 감동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회사에서도 쓰고, wi-fi 라는 게 더이상 신기한 개념은 정녕 아니지만, 우리집에서, 내가 직접, 이 작은 기기로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라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벽 두개를 통과해야하는 안방에서도 10mb정도의 사용하기 충분한 수신 감도를 보였습니다. (공유기가 있는 방에서는 full로 다 잡습니다.) 밤 11시에 거실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데스크탑에 연결되어 있는 외장형 하드를 네트워크 공유로 잡아 저장해 둔 시트콤을 노트북으로 보았는데, 데스크탑으로 보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른 제품은 안 써봐서 모르겠지만 ipTIME PRO 54g 제품의 무선 공유기능은 무선에 대한 막연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습니다. 실제로 체감되는 감동은 기존의 속도를 그대로 보장해 주는 유선 공유기능보다 무선 공유기능이 훨씬 더 했습니다. Wi-Fi라는게 이런거구나...정말 피부로 느꼈습니다.